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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포화 문제의 해답은 제2공항 건설이 아니다제주공항의 포화문제는 정부의 항공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양수남

제2공항 계획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업부지에 포함된 마을 주민 수천 명이 집과 밭을 잃고 실향민이 되어야 하는 제주도 역사상 초유의 사태임에도 너무나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사를 걸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역 이기주의로 폄하되고 주민들이 반대하면 안할 것이냐는 원희룡지사의 어처구니없는 발언도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것은 제주공항이 포화되는 원인을 이용객이 포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시설규모가 작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라고 믿는데서 기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주공항 포화에 대한 해결방법을 기존 공항 확장이나 새로운 공항 건설에서만 찾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방법밖에 없으므로 제2공항은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에 반대하는 흐름은 대안도 없이 반대하는 세력이라거나 자기만 생각하는 지역 이기주의라고 규정하게 된다. 그런데, 제주공항의 포화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이용객의 급증도 있지만 그보다는 활주로와 슬롯(시간당 최대 항공기 이착륙 횟수)의 포화문제가 더 큰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저비용항공사의 증가와 제주노선 집중취항의 문제이다. 10년 전부터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수익노선인 제주노선에 집중 취항하면서 슬롯 포화가 예견됐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마저 LCC(저비용항공사) 제주취항 전쟁에 참여하면서 슬롯 포화를 부추겼고, 최근 신규 LCC 제주취항(플라이양양, 에어포항)계획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소형기 중심의 제주노선 운항의 문제이다. 항공사들은 중대형기는 주로 국외노선에 배치하고, 제주노선은 소형기 중심으로 다회 운항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소형비행기 중심으로 여러 차례 운항하면서 슬롯의 과다이용을 초래하고 있다. 즉, 버스를 운행하지 않고 승합차를 운행하면서 운행 횟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낮은 이용일에도 진행하는 항공기의 과다운항 문제이다. 항공사들은 예약율이 낮은 요일과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과다 운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절반 가량의 탑승객을 태운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면서 슬롯을 과다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난립해 가는 LCC의 과다경쟁과 항공사 중심의 사업방식에 대해서도 적절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위의 3가지 문제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실한 항공정책에 그 책임이 있으며, 이윤확대를 위해 무리한 경쟁을 벌이는 항공업계의 책임도 크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공항의 슬롯 포화문제는 공항건설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정부정책의 대응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즉, 제주공항이 이용객 급증에 비해 시설규모가 작아서 포화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다. 특히 세계 최다 운항노선인 제주-김포노선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쉴새 없이 뜨고 내리는 항공기 이착륙은 결국 사고의 위험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주공항 슬롯의 적정이용 조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조건 기존 공항 확장이나 신공항 건설이 아닌 여러 가지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외면하고 5조원대에 달하는 혈세와 주민들의 필사적인 반대, 엄청난 생태계 파괴, 관광객의 과부하로 인한 자원 고갈, 쓰레기․하수처리․교통혼잡․각종 사회적문제 급증에도 불구하고 왜 제2공항 건설만을 고집하며 계획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진정 제2공항은 누구를 위한 계획일까?

첫 번째, MB정권 때의 4대강 사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대역사라고 떠들던 4대강사업은 결국 수십조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똥물만 남은 사업으로 밝혀졌다. 너무나 비대해진 건설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선 끊임없는 토목사업을 벌여야 했으므로 수많은 비난을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했다. 제2공항 건설도 결국 건설업계의 일시적인 연명과 관련 정부기관의 조직 규모 유지를 위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두 번째, 제2공항 건설이 시작되면 그에 부응하여 주변 지가가 상승하고-이미 지금도 상당히 올랐지만- 부동산업은 활기를 띠게 된다. 제2의 제주도 개발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제2의 엘도라도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건설-부동산업의 동맹이다.

세 번째, 제2공항 건설 이후의 이익을 나눠 가지게 될 항공사, 대형 관광업계, 대형 면세점, 중국자본 등의 이해관계이다. 제주도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제2공항 건설로 인해 관광객이 2천만명이 되면 주로 이익을 얻게 되는 곳들이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제주도민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미 최근 몇 년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넘어서면서 도민들이 느끼는 과부하도 커져가고 있다. 제2공항도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제2공항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제2공항 건설 이후에 감당해야 할 이러한 제주도민의 고통 때문이다.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 물 부족 문제, 교통문제, 물가 상승, 에너지고갈․쓰레기 문제, 건설붐으로 인한 골재 수급난과 2차 환경파괴 문제, 관광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구조의 문제로 인한 고용․노동의 질적 저하문제, 대규모 숙박․위락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해안․중산간의 생태계파괴 문제 등은 제2공항이 완성될 경우 제주도민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즉,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처럼 제2공항은 제주도민의 이익보다는 외부의 이해관계가 더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2공항의 공군기지 활용 가능성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 국방사업이라는 이유로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주민조차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제2공항의 공군기지 활용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2공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계획이란 말인가? 이 땅의 주인인 도민이 행복하지 않은 계획이라면. 더욱이 손님(관광객)을 더 받기 위해 이 땅의 주인인, 지역 주민들이 탯줄을 묻고 살아온 집과 밭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야 하는 계획이라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닥치고 수긍하라며 윽박지르는 계획이라면. 그러므로 제2공항 계획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제주광장  jeju@jejuop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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