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김병심과 간만에시
<15>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달력이 한 장 남았다. 아쉽고 서운하고, 잘못 한 것들이 한숨으로 남아 무겁기도 하다. 늘 부족하고 실수하며 내년을 생각한다.

좀 더 커간다. 뒤돌아보면 한숨과 잘못한 점들이 나를 이만큼 자라게 했다. 용서를 구하고, 절하고, 몰래 눈물을 닦아보며 다시 세상에 서 왔다. 잘못함에 있어 꾸중을 들었으나 너스레를 떨고 일부러 애교를 떨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는 대견함도 늘었다. 몰래 눈물을 닦아보며 단추를 다시 채우는 십이월, 눈이 목화솜처럼 나리어 나리어, 다시 어깨를 토닥여 준다면 좋겠다. 소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세. 십이월에는, 십이월이니까, 십이월, 마지막 달력 한 장에 목숨 걸지 말고, 편하게 다시 단추를 채울 것을 함께 생각하자구, 우린 혼자가 아니잖아, 어깨를 펴고, 응^^
 

 

김병심 시인  jeju@jejuopens.com

<저작권자 © 제주광장,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병심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